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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및 행사안내/강연

만년동에 찾아오신 풀꽃시인~

대전알리미 고혜정 2016. 11. 16. 23:47

오늘, 다민이 학교에 풀꽃 시인 나태주 선생님이 오셨습니.

자유학기제의 일환으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마련된 것이죠.

 

출처 : 공주문화원출처 : 공주문화원

 

나태주 시인을 꼭 만나고 싶어했던 울 큰딸램은 사물놀이부 연습 때문에, 강연을 듣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이 분을 잘 모르는 저는,

학부모에게도 열린 강연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기천문 수업을 포기하고 달려갔지요.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다민이가 그리 아쉬워하는지 궁금했거든요.

 

 

헌데... 그 넓은 강당에서 학부모는 오직 저 뿐...

그렇다고 돌아올 제가 아니랍니다.

당당히  뒷자리 중앙에 앉아서 나태주 시인의 작품과 말씀을 음미했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이라는 시는 아이들의 선물이래요.

초등학교 교장 시절, 아이들을 데리고 풀꽃 그리기를 하는데

대충대충 그리는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며 잔소리하셨던 게 시가 되었다네요.^^

안 예쁜 사람을 위해 쓴 시인데 많이들 이 시로 위로를 받다니,

스스로를 '못 났다', '안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말라시네요.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으로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멀리서 빈다>는 안보이는 누군가의 노력이 있어 이 세상이 이만큼 아름다우니,

고마워하는 마음을 품자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뜻이겠죠.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선물>은 공짜이고 새 것이라 좋은 거겠죠? 

중학생 친구들에게 여러분의 내일은 80년이나 남았으니 여러분은 부자라고,

그 자신이 귀한 보석이요 보배라 하셨습니다.

만년중 1학년 친구들이 80년동안 시인을 기억할테니 좋으신가봐요.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와... 정말 <행복>은 멀지 않네요. 이리도 쉽고 간결하게 풀어내셨습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강조하셨습니다.

엄마로서 감사한 말씀이었습니다.

또 우리 스스로에게 거짓말이라도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해주며,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너를>.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일흔 셋이라는 시인께서는 어떤 사랑을 하셨길래, 초연할 수 있으신지요. ^^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 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예전에 <시>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가 <마당을 쓸었습니다>로 다시 나온 작품입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일이 지구가 환하게 켜지고 기뻐하는 일이 된다는.

 

10년 전 생사를 넘는 투병을 하면서 '시간'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임을 깨달으셨대요.

그래서 그 귀한 시간을 나눠주려고, 시인의 내일은 이제 얼마남지 않았으니 

한 해에 200회 강연을 다니신다고 합니다.

오늘도 점심도 거르시고 오전 오후 강의를 다니신대요. 대단하시죠?

 

자유학기제를 누리고 있는 중1 친구들에게, 80년의 내일이 있어 부럽다고도 하셨죠.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함께 해야,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하루에 3번씩 나를 칭찬하며, '나는 잘 살거야' '나는 성공할거야' 다짐하라고.

 

우리 인생은 내가 바로, 우리 모두가 1등인 '1인 경기'라고도 하셨습니다.

가다가 힘들면 쉬기도 하고, 모두가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시인은 열여섯에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셨대요.

시인이 그러하셨듯,

천천히 끝까지 가서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그 길 끝에서 만나길 바란다는,

꼭 "여러분 인생에 성공이 있기를" 이라는 말씀을

열네 살, 빛나는 별이요 빛이요 꽃인 아이들에게 들려주시네요.

 

갈무리를 대신한 구상 시인의 <꽃자리>로 저도 마감합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어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서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