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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첫 일요일, 아이들과 부여로 떠났습니다.

부여와 공주 일대에서 펼쳐진 백제문화제 때문도 아니요,

계룡대 지상군페스터벌 때문도 아니었죠.

모두 탐나는 일정들이라 당연히 선택의 기로에 섰지만,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구레울마을로 향했습니다.

구레울마을은 충청남도 부여군 내산면 천보리에 있답니다.

예로부터 하늘이 내린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천보산 아래에 자리잡아

'하늘 아래 보배마을'이라는 뜻의 천보리랍니다.

구레울마을은 그 지세가 말이 굴레를 벗는 모습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가을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며 달려갔더니

                                      야외체험장을 새로 마련한 기념으로 팜파티를 준비하셨더라구요.

  오예!

 

파티답게 테이블마다 색고운 미니장미 화분이 저희을 맞아주었습니다. 

오늘의 첫 체험은 대통밥 만들기였습니다.

4학년짜리 아들이 묻더군요.

"엄마, 대통밥은 대통령이 먹는 밥이야?"

아.. 아들아..

이 녀석, 정말 많이 데리고 다녀야겠습니다.

하긴 마흔 먹은 저 역시 세상천지 새로운 것이 참 많으니..

 깨끗한 대나무통 안에 미리 준비한 영양밥(알밤과 갖가지 콩이 곁들여진 영양밥은 그 자체로도 맛있어요.)과

찐고구마, 찐감자를 나란히 담습니다.

고구마 위에는 치즈를, 감자 위에는 버터를 얹고요.

참, 먼저 대통밥 주인이 바뀌지 않게 대통에 이름을 꼭 적어야겠죠?^^

그리고 짝꿍 조각을 뚜껑삼아 덮고, 한지로 둘둘 싸고 끈으로 묶습니다.

한지도 나무에서 왔으니 우리에게 해될 것이 하나 없고, 대통밥이 익어갈 동안 쏟아지지 않게 감싸주지요.

김이 오르는 찜통에서 대통밥이 익어갈 동안,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나섰지요.

마을 할아버지께서 친히 안내해주셨습니다.

 

아! 가을이네요!

논에는 누렇게 벼가 익어갑니다.

 

비닐하우스에는 고사리, 들깨, 고추가 발 디딜 곳 없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구레울 농부들께서 얼마나 열심히 키우셨을지 그대로 느껴집니다.

 여기가 구레울마을의 특산품 중 하나인 고사리 밭인데, 아이들이 들어가니 정글탐험대 같습니다.

 

길따라 심어놓은 밤나무에서는 주먹만한 알밤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올해 유난히 가물어서 여물기도 힘들었을텐데, 하루 4~5번씩 물을 길어와 부어주며 키우셨답니다.

그래서인지 길따라 떨어진 밤송이에는 토실토실한 알밤이 반질반질한 얼굴로 인사합니다.

알밤하면 공주정안밤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여기 구레울마을 알밤이 더 단단하고 맛있답니다.

 어린이 의자만한 갓버섯이 두 대나!

이보다 작을 때, 쇠기 전에는 드신다는데.. 아하하하...

저희는 그냥 구경만 하기로 했네요.

 요기는 이장님 댁 사과농장입니다.

구레울마을 사과는 꿀맛이어서 새들이 쪼아먹기 일쑤랍니다. 

그래서 커다란 모기장 같은 망을 온 사방에 쳐놓으셨더라고요.

사과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과일이래요.

봄에 꽃이 피면 솎아내고, 엄지손가락 첫째 마디만한 열매가 맺히면 또 솎아내길 네댓 번..

이런 수고로움이 있어야 크고 튼실한 열매가 맺힌대요.

또 햇빛에 잘 익도록 은빛 반사판을 깔아놓으시기도 했더군요.

아... 농부는 하늘이 내린 분들이신 듯...

 앙증맞은 꽃사과는 아삭아삭하면서 기분좋게 떫은 것이 맛납니다.

새들도 단맛을 더 좋아하는지 요건 하나도 안쪼아 먹었네용~

구레울마을에서 짧은 산책을 마무리하고 대통밥이 다 되었나 돌아갑니다.

두근두근 개봉박두!!

짜잔~

한지를 풀어 마주보는 대나무 조각을 열자

모짜렐라 치즈줄이 주~욱~

자꾸만 손이 가는 배추김치와 깍두기,

밤조림, 고사리나물, 올갱이된장국까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밥상을 대접받았지요.

또 먹고 싶습니당...ㅎㅎ

여느 고사리보다도 더 부드럽고 고소해서 한 접시 더 주십사 했던 고사리나물은

들깨가루 대신 밤가루로 양념하신거래요.

당연히 구레울마을의 고사리고요. 

밤은 다섯 가지 영양소를 다 가졌고 먹고나면 배가 든든해서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라는데,

이 밤을 깎아서 함께 김치를 담그면 잘 물러지지 않는대요.

저희 아들이 "김치에 중독됐어요!"라며 김치만 한 접시 뚝딱 해치운 비결이었죠!

할머니들, 어머니들 솜씨가 무지 좋으세요!

감사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보도 했겠다, 든든하게 먹었겠다

노곤노곤해진 저와 달리

아이들은 그야말로 POWER UP! 되었는지 운동을 합니다.

친환경 에너지 마을이라더니, 정말로 아이들이 운동기구로 움직이자 불빛이 들어옵니다.

와~ 신기방기!

달지 않은 율피차, 빛깔도 맑고 곱죠?

오늘의 체험 마지막은 구레울마을 알밤으로 만든 간식을 맛보고 배우기였습니다.

와~

눈이 호강합니다!

알밤의 속껍질, 율피에 담긴 영양까지 먹을 수 있는 달달 간식, '밤율피조림'입니다.

만들기가 조금 수고롭지만, 만들고 나면 두고두고 꺼내먹을 수 있답니다.

저부터 많이 먹으니, 저희집은 바로 다 동이 나겠더군요..ㅎㅎ

요것은 밤타락죽에 젤라틴을 넣어 만든 '밤타락푸딩'입니다.

바쁜 아침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영양만점 먹거리예요.

진수성찬을 먹었음에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네요~

만들어오신 요리만큼이나 예쁘신 '아부레이수나' 대표 하미현 요리연구가세요.

아부레이수나는 경상도 모내기 민요로

'서두르지도 게으르지도 않게  서로서로 줄을 잘 맞춰 어울리게 일을 해 내보자.'라는 뜻이래요.

구레울마을과 같은 우리 땅 우리 농촌 우리 농산물로 먹거리를 만들어 널이 알리고 계시대요.

멋지죠?!!

잦아들었던 가을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는데도, 떠나지 못했네요.

차를 타러 주차장에 갔다가 그대로 보도블럭에 깔린 땅따먹기 삼매경에 빠진 제 사랑 4KANGS~

구레울마을은 사시사철 체험이 가득한 곳이래요.

천보산 정기를 받으며 건강한 밥상 드시고 싶을 때, 들러보세요~~